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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문을 나서며
[능인선원11-24 15:35]

산문을 나서며 돌아본 탑사 위로

봄비에 발아되지 못하고 흙이 된 꽃의 전설이 진다

무릎 닳도록 백팔 배 올리며 땀 흘린 여름 기도 둘과

오곡 무르익듯 가슴 채워 준 가을 법문 셋도 진다

지는 계절을 차곡차곡 계절의 서랍에 담는다

 

까닭 없이 눈시울 붉히는 설움

어디서 다시 인연 되어 만날지 기약 없는 약속은

법당 섬돌 아래 묻고 봄을 기다리기로 한다

처음 외운 반야심경과

떠듬떠듬 구절을 더듬는 금강경 사구 게도 묻는다

냉이 꽃 피고 뻐꾸기 울면 싹이 트겠지

 

비우고 또 비워 찾아가는 부처의 자리

산문을 나서다 돌아본 탑 위로

뚝뚝 가을이 진다

서늘한 바람이 내 어깨를 감싸 안는다

 

시 : 안연화지

기사제공 : 능인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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