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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사 제쳐놓고 불교대학 나오는 게 행복이었습니다
기사입력 2004-01-09 오후 5:24:00 | 최종수정 -
리포트 써오지 않으면 혼내주겠다고 하신 스님말씀이 두려워 펜을 들었습니다. 칠십이 다되도록 글 이라고는 써 본적이 없어 무엇을 어떻게 써야할지 막막합니다.
우선 스님께 감사의 말씀부터 드려야겠습니다. 무명 속을 헤매는 저희들을 이끌어주시고자 목이 다 잠기도록 힘차게 설법을 해주시는 스님을 뵈면 가슴이 찡하고 또 고맙고 죄송할 따름입니다. 지난 4개월 동안 정말 보람 있고 행복했습니다. 화, 금요일은 만사 제쳐놓고 불교대학에 나와야 한다는 일념으로 아픈 다리 절뚝거리며 달려오곤 했는데 벌써 졸업이라니, 너무도 아쉽고 허전합니다. 불교대학에 이어서 경전반에도 들어가 공부하고 싶은데 몸이 성치 못한 남편이 반대를 하고 있습니다.
남편도 전에는 그러지 않았는데 제 기도가 부족한 탓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동안 넉넉한 살림은 아니더라도 아들 셋 잘 키워 좋은 직장도 다니고 걱정이 없었는데 셋째 며느리가 유산 끼가 있어 아이를 살리려고 노력하다 며느리까지 잃고 말았습니다. 그때부터 단란하던 저희 가정은 헝클어진 실타래처럼 엉켜버리고 말았습니다. 좋은 직장에 잘 다니고 있던 둘째도 회사에서 나와 개인사업을 시작했는데 나라 경제가 이렇게 좋지 않고 보니 타격이 큰 것 같아 걱정이 됩니다. 제 남편은 원래 소심한 성격에 신경성 질환을 지니고 있는데 아이들이 고통을 당하고 있는 것을 보고는 기도해도 소용이 없다며 제가 절에 다니는 것을 막고 있습니다. 절이 소원만 이루어 주는 곳인 줄 아는 거지요.
스님, 그러나 저는 알고 있습니다. 이 모두가 제 업장이고 제 복이라는 것을, 앞으로 더 기도 정진하라는 부처님 뜻인 것도 알고 있습니다.
남편은 육이오 사변 때 학도병으로 나갔다가 인민군에게 포로로 잡혔습니다. 그때부터 평양활주로 닦는 노동을 했는데 밤마다 B29기가 날아와서 소낙비 같은 폭탄을 퍼부어 죽음의 고비를 몇 번이나 넘겼다고 합니다. 틈을 봐 탈출을 시도하여 칠흑같이 어두운 밤을 타 남으로 내려오며 얼마나 고통을 당했는지 그때의 충격으로 평생 정신질환을 앓고 있습니다. 보통 때는 괜찮다가도 심한 충격을 받으면 병이 재발하고 합니다. 남편이야말로 부처님을 마음에 모시고 살아야 하는데 하는 아쉬움이 큽니다.
스님, 어떻게 하면 그이 마음을 고통 속에서 벗어나 활짝 웃을 수 있도록 열어줄 수 있을까요? 기도도 해보고 치료도 해보곤 하지만 별 효험이 없습니다. 그인 집에 혼자 있는 것을 매우 싫어합니다. 혼자 있으면 불안하고 안정이 안 된다고 합니다. 옆에 제가 있어야만 편안하다고 하니, 아마 전생에 제가 그이한테 빚을 많이 진 것 같습니다. 그 빚 다 갚고 가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날까지 부처님 의지하고 열심히 기도 정진하겠습니다.
스님도 건강하세요.
기사제공 : 능인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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