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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수련회를 다녀와서]여래의 사도가 되리라 다짐하며…
기사입력 2003-12-10 오전 11:57:00 | 최종수정 -
오늘은 좋은 날. 번잡한 일상을 잊고 가을빛 무르익은 산사에서 맘껏 부처님 향훈에 젖을 수 있는 날이다. 은행나무 가지 사이로 잔잔히 부서져 내리는 가을 햇살이 유난히 아름답게 느껴지는 건 아마도 그 때문이리라.
구파발에 모인 동작·관악지역 법우들은 부처님께 한발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한 구도의 걸음을 옮겨 놓는다. 북한산 가을 나무가 떨구어낸 추억과 그리움을 조심조심 즈려밟으며…
국녕사에 올라 무상(無常)의 잿빛 수련복을 갈아입은 법우들의 모습이 자못 엄숙하다.
“평생을 집착하여 사는 이 몸조차도 인연이 다하고 나면 결국 한 줌 재가 되어 사라질 뿐, 무엇 때문에 우리는 실상을 보지 못한 채 환(幻)이 진실인양 착각하며 욕심과 집착으로 이 사바세계를 윤회하고 있는가?”
다시 한 번 제행무상·제법무아·열반적정을 마음에 새기며 법당으로 들어선다.
오늘의 수련으로 참 마음자리를 찾아 여래의 사도가 되겠다는 선서로 수련회가 시작되었다.

예절은 정성스런 마음과 그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올바른 행(行)이 일치될 때 비로소 진정한 예경이 되는 것이다. 철우스님의 ‘부처님께 공양 올리는 예절’과 ‘정심(正心)의 기도법’법문은 밝게 알고 바르게 행하는 불자가 되고자 하는 법우들에게 깨침의 시간이었다.

ㅡ한 진일봉:스님의 법문을 들으며 순서를 뛰어넘어 위·아래 절차도 없이 소원만을 빌며 기도하고 있는 자신이 부끄러워졌습니다. 스님 말씀대로 전 정말 미련퉁이였어요. 저의 욕심과 무지함으로 인해 업장만 쌓아온 건 아닌지, 앞으로는 예경의 의미를 새기며 밝은 마음으로 기도하겠습니다.

ㅡ성 법윤해:작은 것 하나도 소홀히 지나치지 않고 상세히 설명해주시는 스님의 법문에 취해 점심을 거른 배고픔도 잊었습니다. 허전한 마음도 고픈 배도 스님의 법문으로 가득 채워졌습니다. 이기적이고 탐욕스런 기도가 아니라 회향할 수 있는 기도를 하겠습니다. 이름만 불자가 아닌 속이 꽉 찬 참불자가 되어 배운 것 모두를 실천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삶과의 이별을 준비하며 유서를 쓸 때는 여기저기서 흐느낌 소리가 들려온다. 삶과 죽음은 둘이 아니요, 뜬구름의 모임과 흩어짐일 뿐이라는 진리를 온 가슴으로 깨닫기엔 아직 부족한 우리이기에…

ㅡ심 대비성/정법사:수련회에 참석하기 전, 갑자기 거사를 잃은 도반의 조문을 다녀왔습니다. 국녕사에 오르며 삶과 죽음이 한 호흡의 들고 남에 있다는 것을 절실히 느끼며 무상의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겨보기도 했습니다. 남은 생 더 바르게 정진하여 실제 죽음을 맞이해서도 임사체험 때처럼 고요한 마음으로 삶을 정리할 수 있기를 발원합니다.
김 향화성:유서를 쓰며 저의 삶을 돌아보았습니다. 가족을 위해 희생하였다는 저의 생각이 얼마나 잘못된 것이었는지… 하염없이 눈물이 흘러내렸습니다. 가족에 대한 고마움을 느끼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정 도안행:삶에 이별을 고하며 삶의 소중함을 알게 되었습니다. 잘못 살아온 삶을 반성하고 새롭게 태어난 삶을 가정과 사회에 회향하며 인연 지어진 모든 이들을 사랑하며 살겠습니다. 항상 참회하고 기도하며 반듯한 마음으로 살아갈 것을 서원합니다.

ㅡ박 평등지:고통도 원망도 기쁨도 다 버리고 빛을 따라 올라가라는 경봉거사님의 음성이 들려왔습니다. 미움과 원망은 없었습니다. 그 마음 올라올 적마다 모두 부처님께 바쳤기에, 부처님께서는 가이없는 자비로움으로 그 마음 다 받아주셨으므로… 그러나 사랑이 저의 발목을 잡았습니다. 떨치고 갈 수 없었습니다. 모든 생멸은 꿈이고 물거품이고 이슬이니 못다한 인연 잊으시고 왕생극락하시라는 그동안의 인연영가 천도기도가 허공에 머물러 애처로운 눈으로 저를 응시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관속에 누워서도 저는 갈 수 없었습니다. 캄캄한 어둠을 뚫고 스님의 염불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두려움이 사라지고 집착이 녹아내렸습니다. 한줄기 빛을 따라 올라갔습니다. 그리고... 업을 맑히는 청수로 저는 더 밝게 깨어났습니다.

새로운 탄생의 서원 담은 촛불 밝히고 나무아미타불을 염송하며 하루 일정이 끝났다. 짙은 청록의 밤하늘에 별이 총총 떠있다. 맑은 하늘을 가슴에 담아본다. 따사로운 별을 품에 안는다. 부는 바람결에 삶의 묵은 먼지도 함께 날려보낸다.

그 밤 우리는 은은한 달빛을 받으며 부처님 자비 안에서 포근히 잠들었다.

새벽 예불의 108참회, ‘옴 마니 반메훔’진언 명상, 선체조로 맑혀진 몸과 마음으로 한 걸음 한 걸음 천천히 산행을 시작했다. 마음을 하나로 모으며 의상봉에 올라 삶 속에서 배어난 고통과 사무침을 묻고 북한산의 정기와 대자연의 너그러움을 온몸 가득 담았다. 우리 모두는 산이 되고 대자연이 되고 우주가 되고 부처가 되었다.

ㅡ김 보월행:북한산의 맑은 공기를 마시며 의상봉에 오르니 가슴이 탁 트이고 마음이 활짝 열렸습니다. 삶의 부대낌 속에서 각인 되어진 나쁘고 괴로웠던 일을 모두 땅에 묻고 맑고 거룩한 북한산의 정기를 가득 받아왔습니다. 앞으로의 삶이 행복해질 것 같습니다. 산처럼 높은 덕을 갖추고 묵묵히 넓은 마음으로 살겠습니다.

수련회를 마치고 둥글게 둘러앉은 법우들의 얼굴에 환희심과 아쉬움이 배어있다. “아픈 다리로 108배도 산행도 무리없이 마칠 수 있었던 것은 부처님의 위신력이 충만한 곳에서 맑은 공기를 마시며 스님의 밝은 가르침을 받은 힘인 것 같습니다. 자상함과 위엄과 품위를 두루 갖추시고 재미도 있으신 스님! 감사합니다”라는 소감 외에도 “70평생 제가 했던 경험 중 가장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자신감이 생기고 힘이 솟습니다. 우리 가정에 평화가 찾아올 것 같아요” 등의 많은 수련소감이 나왔다.

인생의 대박은 로또에서 터지는 게 아니라 참마음자리에서 터지는 것이다.
아픈 현실도 부족한 현재도 아름답게 엮어갈 수 있는 지혜로 거듭난 동작·관악 지역 법우님! 오늘의 수련 공덕으로 마음자리에 아름다운 꽃 피우고 그윽한 향기 지닌 불자 되시길 기원합니다.
기사제공 : 능인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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