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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리포트
기사입력 2022-06-28 오후 4:59:00 | 최종수정 2022-06-28 16:59

“불교대학 가는 날 아기 봐줄 테니 불교대학 가서 공부해보지 않을래?”

이제 막 돌이 지난 딸을 돌보겠다고 육아휴직을 과감하게 선택한 요즘 세대 아빠인 나는 어느 날 갑자기 능인불교대학 30기를 졸업한 어머니의 전화를 받았다. 어렸을 때부터 함께 살았던 할머니와 함께 부처님오신날에는 늘 절에 갔었고, 어머니는 능인선원을 오래 다니시어 불교와 능인선원에 대해서 익숙하기는 했지만, 제대로 부처님을 공부 해야겠다고 마음과 시간을 내지는 못했다. 지난 십년 이상 간간히 어머니께서 불교대학 공부를 해보는 것을 권하셨으나 이런저런 핑계로 거절했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어머니가 잠깐이라도 아기 봐주시면 육아에서 잠시 벗어나 숨을 좀 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어린 생각에 공부를 해보겠다고 마음을 내었다. 그래서 나는 이제 막 돌 지난 우리 딸이 부처님 말씀을 들으라고 보내주었다고 얘기한다.

종교에 관심이 많지 않다는 요즈음의 여느 젊은 사람들처럼 나도 자기소개 종교란에 늘 ‘무교’라고 적는 사람이었다. 할머니와 어머니의 영향으로 불교에 조금 더 친숙하고 아주 기본적인 개념에 대해서는 알고 있었지만, 부처님 말씀을 제대로 알지 못했기에 신심을 가지고 있지 못한 것이다.

유일신을 믿는 다른 종교들을 보면서 종교란 다소 맹목적인 믿음을 추구한다는 편견을 가지고 있었고, 종교적이지 않다는 것이 이성적이며 논리적이고 합리적으로 검증된 이치라는 좁은 생각에 갇혀 있던 것이었다. 마음속의 자만심이 훌륭한 가르침을 받아들이지 못하게 하고 있었던 것이다. 불교대학 4개월을 수강하면서 물리친 가장 큰 편견은 부처님의 말씀은 결코 이성과 논리성, 합리성과 동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며, 부처님의 가르침은 세상에 대한 이치 뿐 만 아니라 삶을 살아가는 자세와 방향성까지 함께 제시하는 가르침이었다.

지광스님의 법문은 내가 지금껏 들어왔던 강의들과 달랐다. 불교대학이라고 하여 불교의 교리를 하나하나 설명해 주실 것이라고 예상한 내 처음의 생각은 지광스님의 법문을 처음 들은 첫 날 사라졌다. 여느 대학의 강의실에서처럼 교재와 글자, 그리고 지식의 전달에 매여서 전하신 말씀은 없으셨고, 오로지 우리 73기의 수강생들의 마음을 진심으로 움직이는 법문에 온 힘을 다하시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세상의 모든 것은 마음이 만든다는 부처님의 말씀으로 가르치셨다는 것을 조금 지나서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이 가르침의 방법이야말로 진실로 부처님의 말씀을 배우는 방법이었다.

물론 교리야 말로 부처님의 말씀을 제대로 이해하는 데에 가장 중요한 것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지광스님의 법문은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있었고, 마음이 움직이면 가르침을 스스로 찾아나서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 그리고 정보를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요즈음과 같은 시기에 스스로 찾아 나선 가르침을 익히는 데에는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마음속의 혁명’이 일어날 것이라는 스님의 첫 날의 법문은 이미 그 날 ‘반야심경’을 독경하면서 시작됐다. 독경하니 암송하고 싶은 마음자리가 생기고, 암송하고 나니 깊은 뜻을 제대로 이해하고 싶은 마음자리가 생겼다. 자기 전 눈을 감고 ‘반야심경’ 말씀 한 글자 한 글자를 살피니, 그 속에 담긴 오온, 12처, 18계, 12연기, 사성제와 팔정도의 교리에 대해 익히게 되는 것은 순간이었다. 그리고 마음자리를 먼저 마련하고 부처님의 말씀을 배우고 익히니 삶을 관조하는 스스로의 시선과 삶에 대한 태도가 바뀌었다. 기실 스님께서 첫날 말씀하신 ‘마음속의 혁명’이었다.

백천만겁 지나도 만나기 어려운 부처님의 가르침이 언제나 가까이에 있었지만 늘 외면하면서 지나갔었다는 생각을 초급반을 졸업하는 즈음이 되어서야 하게 된다. 꽤 오랜 시간을 무엇을 진실로 추구하며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하며 살아왔지만, 언제나 정답을 낼 수 없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소중한 인연으로 찾아온 사랑스러운 우리 돌쟁이 딸이 언제나 가까이에 있던 부처님의 가르침이 바로 그 정답이고 저기에서 배울 수 있다며 나를 이 곳에 보내주었다. 그리고 이 곳에 오니 정말로 여의주가 있었고, 여의주를 만나니 마음 세상에서는 혁명이 일어났다.

글 : 73기 진광(眞光, 함지범)

기사제공 : 능인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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