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회원가입 마이페이지 전체기사보기
 
809호 / 불기 2566-08-19

능인뉴스

스님법문

칼럼·사설

독자마당

경전강의 신행생활 반야의 샘 부서탐방 불사 기획 참선원 순례
전체보기
경전강의
신행생활
반야의 샘
부서탐방
불사
기획
참선원
순례
 
뉴스 홈 칼럼·사설 반야의 샘 기사목록
 
불자단상 보라색 등산화
기사입력 2022-06-28 오후 4:58:00 | 최종수정 2022-06-28 16:58

그동안 코로나19 팬데믹의 지속으로 일상은 물론 장거리 산행은 꿈도 꾸지 못했다.

30년 전통을 자랑하는 우리집 거사의 대학선후배 모임인 산우회 등반에 동참하면서 ‘다시 희망이 꽃피는 일상’으로 돌아왔다.

신선이 노닐던 거울처럼 맑고 투명한 쪽빛 바다 서해 고군산군도의 신시도, 무녀도, 선유도, 대장도 섬을 탐방하고 장자도 대장봉을 등반하는 일정이었다.

아카시아 향기 그득한 5월의 나들이! 아이마냥 들뜬 마음으로 신발장에 고이 모셔 두었던 등산화를 꺼내 신고 바지런히 걸음을 재촉했다.

그런데 지하철을 나오며 걸음에 가속도를 붙이는 순간 아뿔싸! 발 아래에 무언가 퍽! 하고 걸리는 것이 있었다. 오른쪽 등산화 밑창이 떨어져 나가고 만 것이다.

발을 잘 감싸주어 안전하게 보호하는 당뇨환자용으로 특수 제작된 등산화라는 자부심과 함께 지인으로부터 선물 받은 최고의 등산화였는데... 순간 등산화에게 너무 무심했었다는 회한이 밀려왔다.

코로나19로 집콕 방콕하며 산행을 거의 하지 않고 지내며, 등산화는 나의 생각 프레임 속에서 명품으로만 존재하고 있었던 것이다.

3년 만의 장거리 출행에 난감한 마음이었다. 임시방편이지만 등산화 밑창을 테이프로 감으면 무난하게 산행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거사의 위로에 마음의 평온을 되찾았다.

밑창이 떨어져 균형이 맞지 않는 발걸음이었지만 마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듯 고군산군도행 버스에 올랐다. 버스에 자리를 잡고 살펴보니 나머지 왼쪽 등산화 밑창도 막 이탈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거사는 기사님에게서 투명테이프를 받아와서 양쪽 등산화의 밑창과 본체를 칭칭 감아 반짝반짝 빛나는 등산화로 변신을 시켰다.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하얀 이팝나무의 물결은 마치 눈꽃송이의 향연 같다는 감탄으로 이어진다.

끝없이 펼쳐진 새만금 방조제를 둘러서 고군산군도의 섬이 옹기종기 펼쳐진다. 햇살이 보석 조각처럼 부서져 내리는 쪽빛 바다! 장자도를 지나 대장봉을 오르는 산행이 시작되었다.

투명테이프표 반짝이 등산화를 믿고 보무도 당당하게 산에 오른다. 그런데 코끼리바위, 호랑이바위, 남근바위를 오르면서 등산화에 감겨진 테이프는 흙이 묻고 너덜너덜 뜯겨 나가기 시작했다.

바닷가 경관을 감상할 여유도 없이 드디어 등산화 밑창은 다시 떨어져 나갔고, 구불길 산 중턱에서 오던 길을 되돌아 갈 수도, 직진할 수도 없는 지경에 놓였다. 일행은 천천히 조심해서 뒤 따라 오라는 격려를 남긴 채 산길을 재촉한다.

밑창 떨어져 나간 등산화를 신고 급경사가 있는 등산로를 산행을 할 수 있을까? 머릿속이 하얗게 변해 버렸다. 미끄러지면 위험할 수 있는데, 이 고비만 넘기면 계단으로 조성된 하행 길이 열리는데...

순간 거사는 비상용 무기인양 배낭에서 보라색 끈을 꺼내 들었다. 위기의 순간을 제압하는 순간이었다.

등산화 밑창과 본체를 다시 튼튼하게 감았다. 불안한 마음으로 수술대에 오른 등산화를 해안가 산기슭의 주황빛 솔방울을 머금은 해송이 미소를 지으며 내려다보고 있었다.

보라색 끈으로 꽁꽁 묶인 등산화를 신고 산길을 살살 돌고 돌아 걷다 보니, 과거 보러 떠난 남편이 첩과 함께 귀향하는 것을 보고 몸이 돌로 굳어버렸다는 장자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슬픈 전설을 안고 있는 장자할매바위가 수호신처럼 서 있다. 대장도의 신당을 모시는 당집인 어화대에도 다다른다.

계단 길을 조심조심 내려오면서, 언제까지 내 곁에 있어 주리라고 생각했던 물건들조차 세월이 흐름에 따라 비틀어지고 깎여 나가고 원래 모습에 머물러 있지 않고 변화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주 만물은 항상 변하니 생사(生死)와 인과(因果) 또한 끊임없이 윤회(輪廻)하므로 한 모양으로 머물러 있지 않는다는...제행무상(諸行無常)!

산행을 마치고 찬란한 햇빛 속에서 신비로운 푸른빛을 머금은 해안가의 경관을 감상하며 걷고 또 걸었다.

흙투성이로 거의 찢겨져 나간 투명테이프에 보라색 끈으로 포박을 당한 듯한 나의 등산화는 마치 긴 전쟁에서 겨우 살아 돌아온 패잔병의 모습 그대로였다.

“어머~~독거노인 같아요!”

“마누라 등산화 좀 사주지, 쯧 쯧!”

“잊혀 지지 않을 대장봉 추억이겠네요!”

“자주 신지 않으면 쉽게 망가져요!”

“어머~너무 멋져요!” 마주치는 사람들은 한 마디씩 한다. 살아가는 일에 바빠 허겁지겁 꺼내 신고 나온 등산화는 사람들의 화젯거리가 되었다. 또한 등산화 일화로 인하여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계기도 되었다.

금빛 물결로 출렁이는 바다가 내다보이는, 전망 좋은 해안가 식당에서 뒤풀이가 이어진다.

자기소개 시간에는 손자손녀 자랑, 이승에서 이별을 맞이한 아내와의 사연, 어느 날 불현듯 병마와 마주한 이야기들도 있었다.

생노병사(生老病死)의 윤회(輪廻) 속에 담긴 제행무상(諸行無常)이 아닌 것이 없다. 무심히 보관되어 있던 등산화를 통해 제행무상(諸行無常)을 문득 떠올린 산행이었다.

나의 건배사 차례에 술잔을 높이 올리며, 다음 산행에는 새신을 신고 새로운 마음으로 가뿐하게 등반 하리라는 생각으로 외쳤다. 제행무상!

글 : 묘원 김금희

기사제공 : 능인선원
 
 
 
독자의견
전체 0   아이디 작성일
 
의견쓰기
 
 
 
종합 능인뉴스 칼럼·사설
8월 법당 행사 일정표
결연후원
지역사회 변화를 위한 첫 번째 ..
하계 청소년 자원봉사자 모집
골목 활성화 프로젝트 ‘골목 휴..
복지관에서 친구들과 함께 건강..
지역사회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신대현교수의 고대에 불교미술
능인불교대학 졸업 후 봉사를 시..
탑돌이
감동뉴스
불자단상 - 4월을 맞이하며
나홀로 사찰여행기 23 운악산 봉..
주변을 아름답게, 금강회 화단 ..
능인선원 방생기도 대법회
복지사각지대를 발굴하는 방법!!..
1:1 이웃에게 따뜻한 손길을 전..
관심도 사랑이다. 능인장 회의를..
「2022년 초복 행사」 진행
불자단상 할머니의 천도재
능인의 미래 어린이 법회
불교에서 유래된 말!
광고문의 · 기사제보
서울시 강남구 양재대로 340   대표전화:02)577-5800   팩스:02)577.0052   E-mail:gotonungin@hanmail.net    개인정보취급방침
Copyright(c)2022 능인선원 Corporatio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