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회원가입 마이페이지 전체기사보기
 
806호 / 불기 2566-07-01

능인뉴스

스님법문

칼럼·사설

독자마당

PDF신문

경전강의 신행생활 반야의 샘 부서탐방 불사 기획 참선원 순례
전체보기
경전강의
신행생활
반야의 샘
부서탐방
불사
기획
참선원
순례
 
뉴스 홈 칼럼·사설 신행생활 기사목록
 
<단편소설 연재 9회>반 야 용 선
기사입력 2022-05-10 오후 4:31:00 | 최종수정 2022-05-10 16:31

수련회 참석수칙 중 1번은 주변 정리를 하고 오는 거였다. 특히 마음 정리를. 내가 사라져도 아무 불편 없이 돌아가는 세상을 위해 내 흔적을 지우는 일, 그건 사실 아픈 비움이었다. 집을 나서며 남편에게 전화했다.

“나 죽으러 가요. 다시 못 돌아올 수도 있어.”

“굳이 관속에 누워 볼 필요까지 있어? 우리 갈 날이 얼마나 남았다고.”

남편은 긴 인사를 생략했다.

“잘 지내라고요. 어디에 있든.”

나는 핸드폰을 손에 든 채 한참을 그러고 있었다. 딸을 보내고 나자 남편은 자책이 컸다. 조금만 더 빨리 병원으로 데려갔더라면, 조금만 더 빨리 수술을 했더라면, 우울증까지 겹쳐 심약해진 그를 그대로 둘 수가 없었다. 병원에서는 당분간 집과 떨어져 있는 게 좋겠다고 했다. 스님과 상의하여 남편을 미얀마 수행센터로 보냈다. 뭐를 하고 살지, 어디서 살지, 언제 돌아올지 우린 서로 묻지 않기로 했다. 마음이 가는 대로 살다 돌아오고 싶으면 오고, 그렇지 않으면 거기서 아주 완벽히 눌러살든가 출가를 해도 좋다고 말했다. 딸은 돌아올 수 없지만, 우리는 마음만 먹으면 만날 수 있고 가끔 안부 전화도 할 수 있으니 얼마나 다행이냐고, 그 말도 내가 했다. 그 후로 우린 딸이 너무 그리울 때가 아니면 전화도 하지 않는다. 어쩌다 전화가 오면 남편이 딸을 그리워하고 있구나, 알 수 있었다.

수련을 마치고 40명 수련생은 법당 안에 둥그렇게 둘러앉았다. 1부에서 작성한 유서를 읽은 다음 2부 입관체험은 어땠는지 심경을 토로하는 시간을 갖기 위해서였다.

“저는 초등생 딸을 두고 왔어요. 엄마가 가더라도 열심히 살아야 한다고 썼어요. 정말 아이들을 남겨두고 죽는다면 절대 눈을 감지 못할 것 같더라고요. 다시 살아났으니 유서 적을 때 마음으로 딸을 잘 키우겠습니다.”

송담 거사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목이 거북한지 기침을 하고도 말을 더듬자 누군가 물었다.

“어디가 불편하십니까?”

“늙은이가 수련에 참석해 혹시 걷다 쓰러지는 건 아닌가 걱정들 하셨지요? 맞습니다. 나는 말기 암환자입니다. 갈 날이 얼마 안 남은 사람이죠.”

“요즘 웬만한 암은 다 치료가 되는 거로 아는데, 혹시 치료가 안 되는 암인가요?”

“발견 시기를 놓쳤습니다. 그건 때가 되었으니 떠나라는 암시겠지요. 여러분 혹시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이란 영화 보셨습니까? 달마는 서쪽에서 불법을 전하러 동쪽인 중국으로 건너온 인도 승려입니다. 그는 중국에 불법을 전하고 ‘양무제에게 공덕이 없다’고 말했다는 이유로 사약을 받았습니다. 어느 날 중국의 사신이 인도를 다녀오는데 죽은 달마가 신발 한 짝을 작대기에 매달아 둘러매고 걸어오고 있는 거예요. 그 모습을 보고 스님 어디로 가느냐고 물으니 ‘내가 본디 왔던 서쪽으로 도로 가오.’ 하더라는 겁니다. 달마는 무덤 속에 자신이 다녀갔다는 표시로 신발 한 짝만 남겨놓고 다시 서쪽으로 돌아간 겁니다. 생과 사가 분별이 없음을 보여준 거지요. 어차피 우리가 살아가는 삶이 신 한 짝을 작대기에 꿰고 다니는 현상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오늘 입관체험도 생과 사는 경계가 없다는 것을 체험하게 해준 방편이라고 봅니다. 저도 그냥 아미타부처님 계신 서쪽으로 돌아갈 뿐입니다.”

노인이 자리에 앉자 사람들이 나를 봤다. 나는 주춤거리며 자리에서 일어서 딸 얘기를 했다.

“제 딸은 반야용선을 타고 지난여름 떠났습니다. 19년을 한 번도 걸어보지 못하고 누워 꿈만 꾸다 갔어요. 딸이 이번 생에 이승에 온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아름다운 소풍이었을까요?”

소감 듣기를 끝낸 지도 법사가 40명 수련생에게 4명씩 조를 만들어 1조부터 앞으로 나와 준비된 방석에 앉으라고 했다. 1조가 자리에 앉자 나머지 서른여섯 명은 앞에 앉은 도반에게 삼배를 올리라고 했다.

“당신은 거룩한 분입니다. 당신은 부처이십니다. 이 말을 하며 절을 세 번 하세요.”

부처님이 받는 삼배를 중생이 받으며 모두 기분이 숙연해졌다. 내가 삼배를 받을만한 삶을 살았을까 반성도 하지만, 진실로 부처의 삶을 살겠다고 다짐하는 눈치들이었다. 마지막 조인 나는 도저히 그 자리에 앉을 수가 없었다. 내가 거부하자 지도 법사는 그것도 교만이라고 기어이 제일 중앙 자리에 나를 앉혔다. 나는 끝내 자리를 털고 일어섰다. 빨리 부끄러운 자리를 뜨고 싶었다.

“절을 받을 수 없어요. 저는 자식을 앞세운 어미입니다. 죄인이 어떻게 삼배를….”

나를 바라보는 도반들의 눈자위가 붉었다.

글 : 안연화지

기사제공 : 능인선원
 
 
 
독자의견
전체 0   아이디 작성일
 
의견쓰기
 
 
 
종합 능인뉴스 칼럼·사설
6,7월 연수원 교육 계획표
6,7월 법당 행사 일정표
반찬배달 자원봉사자 모집
여름방학 끼니가 걱정인 아동가..
2022년 지역주민 욕구조사 응답..
지역주민 심리 정서 안정 및 교..
강남구 맞춤형 기획사업 취약계..
노년의 여가를 알차게 보내는 방..
퍼즐 같은 내 인생 원하는 대로 ..
돌쟁이 딸이 전해준 부처님의 가..
감동뉴스
불자단상 - 4월을 맞이하며
나홀로 사찰여행기 21 도피안사
당뇨와 고혈압이 있는 어르신께 ..
반찬조리 자원봉사자 모집
지광스님의 금강경
후손들의 참된 효도 우란분재
끊임없는 정진, 춘계 백일기도 ..
우란분재 입재
6월 연수원 교육 계획표
6월 법당 행사 일정표
복지관 시설안전관리 직원 채용..
광고문의 · 기사제보
서울시 강남구 양재대로 340   대표전화:02)577-5800   팩스:02)577.0052   E-mail:gotonungin@hanmail.net    개인정보취급방침
Copyright(c)2022 능인선원 Corporatio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