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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소설 연재 3회>
기사입력 2021-09-14 오후 4:09:00 | 최종수정 2021-09-14 16:09

배 속의 아이가 꿈틀꿈틀 요동쳤다. 구급차에 실려 가면서 병원만 가면 너도나도 안전할 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나는 배에 손을 대고 아이를 달랬다. 하반신을 모포로 둘둘 말고 실려 온 피투성이 산모를 의료진은 급히 수술대에 올리고 서둘러 검진을 시작했다.

“빨리 수술하지 않으면 산모도 아이도 다 위험할 것 같아.” “혈압이 계속 덜어지고 있어요.”

의료진이 술렁대는 소리가 들렸다. 뭐라고요? 그 말을 듣는 순간 내 안에 웅크리고 있던 어미의 본성이 뿔을 세웠다. 나는 몸을 일으켰다.

“빨리 아이부터 꺼내요. 나는 죽어도 괜찮으니 아이만이라도 살리라고요.”

“혈압이 심하게 떨어져 당장 수술이 어렵습니다.”

“상관없어요. 나는 죽어도 괜찮으니 빨리 내 아이를 꺼내줘요.”

내가 계속 소리를 지르자 간호사가 퉁명스레 내뱉었다.

“우리도 최선을 다하고 있어요.”

간호사 말에 내 간절한 호소는 더는 맥을 출 수 없었다. 그들은 산모냐, 아이냐 선택해야만 하는 딜레마에 빠진 상황이었다. 하지만 내겐 조건 없는 선택이었다. 설령 내가 아이 대신 살아난다 한들, 그 이후의 삶을 태연하게 살아낼 수 있을까?

시트를 물들이는 하혈의 얼룩이 점점 짙어지면서 혈압은 계속 떨어졌고 내 의식은 소리 없이 잦아들었다. 어미의 본성으로 세운 발톱도 어려운 상황을 만들어 낸 자신의 부주의에 대한 원망도 잦아들었고, 마지막으로 돌아본 세상은 적막했다. 그들이 내 뜻대로 아이를 살려줄까? 감당할 수 없는 아픔의 물기가 감은 눈 주위로 촉촉하게 번졌다. 벗어 놓은 신발이 떠올랐다.

아이와 함께 다시 신고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신발! 내 아이가 누울 침대, 포근한 이불, 햇살 비치는 창을 엷게 가리고 있는 핑크빛 시폰 커튼. 내 아이가 편히 누울 수 있는 그 방으로 가기 위해선 난 다시 저 신발을 꼭 신어야 한다. 나는 두 팔로 아이가 힘겨워하는 배를 끌어안았다.

240밀리미터 신발 속에는 늘 나의 모든 삶이 담겨 있었다. 신발은 이승을 순항하는 반야용선般若龍船이다. 우주를 이고 선 머리, 갖가지 생각이 담겨 있는 가슴, 뜨겁게 끓는 피와 차가운 이성까지, 아니 아이를 뱃속에 품고 꿈꿔온 희망이란 시간이 내 신발 속에 오롯이 담겨 있다. 부모님을 한 줌 재로 태워 바람에 날리던 날도, 의사가 환하게 웃으며 임신입니다, 축하를 해주던 날도 내 발을 감싸준 건 낡은 신발 두 짝이었다. 나는 신발이 이끄는 대로 세상 이곳저곳을 떠다녔다. 그게 내 삶이었다.

“좋은 신발 신으면 신발이 주인을 좋은 곳으로 데려가 준대. 낡고 해진 신발은 그만 벗어.”

생일 선물로 저 플렛슈즈를 사주며 남편이 내게 한 말이다. 오래 신어 볼이 벌어지고 여기저기 생채기가 났지만 쉽게 버릴 수 없던, 남편만큼이나 편하고 익숙한 신발. 그 신발은 내가 그동안 어떤 삶을 살아왔으며 어디를 순항하고 다녔는지 다 알고 있다. 가지 말아야 할 곳에 갈 때는 잠시 멈춰 서게 했고, 기쁜 일이 있을 때는 한걸음에 달려가게 했다. 난 그 신발을 신고 아이와 함께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글 : 안연화지

기사제공 : 능인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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