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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착하는 마음이 없으므로 얻은 것이 없다
기사입력 2021-09-14 오후 4:07:00 | 최종수정 2021-09-14 16:07

제 22 무법가득분(無法可得分)

 

얻고 말고 할 것이 없는 부처님 세계

 

‘아뇩다라삼먁삼보리’는 부처님께서 깨달으신 최상의 깨달음입니다. 아무리 최상의 깨달음이라 해도 법을 얻은 게 있다고 한다면 법에 매인 것이 됩니다.

일체의 분별이 끊어지고 진리나 불법을 구하는 마음까지 다 없어져 그 어떤 것도 얻을 것이 없는 경계를 무법가득(無法可得)의 경계라 합니다.

모든 만상이 고정된 실체가 없으니 얻고 말고 할 것이 없습니다. 부처님은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도 집착하는 마음이 없었으므로 얻은 것이 없다고 하신 것입니다.

 

수보리 백불언 세존 불 득아뇩다라삼먁삼보리(須菩提 白佛言 世尊 佛 得阿뇩多羅三먁三菩提) 위무소득야 불언 여시여시 수보리 아어(爲無所得耶 佛言 如是如是 須菩提 我於)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내지 무유소법가득 시명(阿뇩多羅三먁三菩提 乃至 無有少法可得 是名) 아뇩다라삼먁삼보리(阿뇩多羅三먁三菩提)

 

수보리가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었다 하심은 얻은 바가 없음을 뜻하는 것이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시되 “그렇다 그렇다. 수보리야, 내가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 있어 어떤 작은 법도 가히 얻음이 없기에 그 이름이 다만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일 뿐이니라.”

얻을 바가 없다

 

부처님께서 “중생이 중생이 아니고 말한 법도 없다.”라고 말씀하신 것을 듣고 수보리가 거듭 확인하기 위해 다시 묻습니다. 부처와 중생이 그 근본에 있어서 다르지 않다고 하셨으니 부처님이 깨달으신 아뇩다라삼먁삼보리도 본래 없는 것이 아니냐는 것입니다.

부처님은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뿐만 아니라 그 어떤 작은 법도 얻은 바가 없다.”고 대답 하십니다. 만약 어떤 작은 경계라도 얻을 수 있다고 한다면 그것은 상에 집착한 것이 되기 때문입니다. 부처님은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깨달음에조차 집착하는 것을 염려하신 것입니다.

어떤 사람이 ‘내가 깨달은 것이 있다’고 한다면 그 사람은 아직 깨달은 사람이 아닙니다. 본래 ‘나’랄 것도 없으니 얻을 수 있는 경계란 아무것도 없습니다.

무아상, 무인상, 무중생상, 무수자상의 경계는 얻는 것도 깨달은 것도 없는 자리입니다. 그러나 얻을 바가 없으므로 무한대로 얻어지는 세계입니다. 어떤 고정된 것이 없기 때문에 무한한 것이 담기고 무한한 차원까지 이를 수 있는 것입니다.

진리나 불법을 구하는 그 마음까지 다 없애서 아무것도 얻음이 없는 경계에 이르는 것을 아뇩다라삼먁삼보리라 합니다. 마지막 한 생각이 다 하고 얻을 바가 없으므로 무상(無上)의 깨달음이라 하는 것입니다.

가히 얻을 바 없는 무법가득의 경계는 허공과 같은 마음을 말합니다. 허공을 물감으로 칠할 수 없듯이 번뇌망상 또한 자취를 남기지 못합니다.

육조 혜능은 그러한 경계를 “본래 아무것도 없는데 어디서 먼지인들 일어나랴.”는 말로 비유하였습니다. 마음을 허공같이 텅 비우면 세상의 이치를 한눈에 볼 수 있습니다. 하나도 얻은 바가 없지만 무한히 얻어지는 경계가 열리게 되는 것입니다. 욕심을 내고 자꾸만 끌어들인다고 잘 살아지는 게 아닙니다. 얻을 바 없는 무득(無得)의 마음으로 자꾸만 내보내면 무한히 채워지는 것이 이 우주의 도리입니다.

부처님께서 얻으신 깨달음의 세계는 밖으로 보여지는 것이 아닙니다. 마음이 완전히 열려 그 마음 가운데 광대무변한 우주를 지닌 존재가 되셨지만 뭔가 내보일 게 있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그와 마찬가지로 우리도 부처님 전에 오면 당장은 얻는 게 없는 것 같지만 횟수가 거듭될수록 상이 부서지고 깨달음의 폭이 넓어집니다.

마음의 눈이 밝아져 상대방의 탁월함을 알아보고 많은 사람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는 사람으로 승화되어집니다. 아무것도 얻은 바 없지만 무한대로 얻어지는 경지를 증득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부처님 도량은 사람들 마음을 녹여 새로이 빚어내는 용광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통해 상에 사로잡힌 마음을 녹여 새로운 사람을 만드는 해탈의 학교요, 영원의 학교인 것입니다.

얻으려는 마음 없이 살라고 하지만 사람들은 남에게 준 것은 잊지 않고 꼭 받으려고 합니다. 카시러(Ernest Cassirer)라는 독일의 유명한 철학자는 ‘인간세계의 가장 큰 문제는 가치관의 불균형’이라고 했습니다.

내가 상대방에게 무엇을 줄 때는 다섯 푼의 값어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반면 받는 사람은 세 푼밖에 안된다고 생각한다는 것입니다. 같은 물건을 대하더라도 내가 생각하는 것만큼 상대방은 크게 생각하지 않는 것입니다.

가치관이 다르니 받은 사람이 줄 때는 세 푼 정도 갚게 되고, 이러한 가치관의 괴리로 오해가 생기고 불화가 발생하게 됩니다.

주고도 잊어버리라는 부처님의 말씀은 참으로 지혜로운 말씀입니다. 대가를 바라지 않고 얻으려는 생각이 없는 무법가득의 마음으로 베풀면 이 세상은 다툼이 없는 정토가 될 것입니다.

정리 : 구보인덕

기사제공 : 능인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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