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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소설 연재 1회> 반야용선
기사입력 2021-07-15 오후 4:25:00 | 최종수정 2021-07-15 16:25

 하늘 문이 열리는 시각, 자시(子時)가 되자 지장전에서 소종(小鐘)이 운다. 종소리에 맞추어 봉사자들이 일제히 초에 불을 붙인다. 종각 앞에서 용출봉(龍出峰) 산등성이에 이르는 50미터 산길이 촛불에 그 모습을 드러낸다. 바람이 촛불을 흔들자 길이 용틀임하듯 꿈틀꿈틀 바람을 탄다. 불빛에 놀라 잠을 깬 산새들이 여기저기서 잠꼬대 같은 울음을 꾸국꾸국, 토한다.

저승사자가 나타난 건 바로 이때다. 창백한 얼굴에 검붉은 입술, 날카로운 눈매, 검은 갓과 도포로 위엄을 갖춘 사자는 유령처럼 나타나 천천히 불길을 따라 절집을 향해 내려온다.

“저승사자다.” 누군가 놀란 듯 소리쳤다.

1부에서 유서 쓰기와 죽음 명상을 마치고 종각 앞에서 다음 순서를 대기하고 있던 수련생 40명도 일제히 소리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달빛 아래 드러난 사자 모습이 소름이 돋을 만큼 괴기스럽다. 나는 사자를 보며 마른 침을 꼴깍 삼켰다.

“정말 저승사자네.”

내가 낮은 소리로 말하자 누군가 옆에서 거들었다.

“자시가 되면 영적 기운이 세져 귀신들이 사방으로 돌아다닌다더니 정말 그런가 봐요. 저승사자도 귀신이잖아요.”

순간 뜨거운 훈김이 내 등줄기를 확 훑어 내렸다.

2부 의식은 수련생들이 사자를 따라 산을 오르며 시작됐다. 사자가 앞서 산을 오르자, 장엄 염불을 독송하는 스님과 1조 수련생 열 명이 그 뒤를 따른다. 수련생 중 제일 나이 많은 송담거사와 제일 어린 김은미, 나도 수련생들과 함께 걷는다. 2조, 3조, 4조 수련생들은 30분 간격으로 다시 산을 오를 예정이다. 이번 수련생들은 방학을 맞아 참석한 대학생과 J그룹 간부들이다.

<당신이 다시 태어난다면 어떤 삶을 살 것인가?>라는 주제를 가지고 관에 누워보는 입관 수련이다. 죽음이 멀리 있지 않다는 사실을 실감하듯 수련생들은 담담한 표정을 짓고 있다. 내 등을 떠민 사람은 남편이다. 딸을 보내고 죽음의 경계에서 벗어나질 못하는 나를 본인이 직접 죽음에 대해 느껴보라고 보냈다.

8월이라지만 삼베수의 속으로 파고드는 밤바람은 제법 한기가 있다.

송담거사는 연신 밭은기침을 한다. 건강이 안 좋은지 낯빛도 어두워 보는 사람 마음이 영 편칠 않다. 김은미 수련생은 신고 온 신발이 불편한지 다리를 절뚝이며 걷는다. 야간 산행을 하면서 신발이 불편하니 얼마나 힘들까. 난 그가 딸 나이쯤 됐을 것 같아 자꾸 신경이 쓰였다.

깊게 잠든 북한산 용출봉, 저승사자를 따라가는 스님과 삼베수의를 입은 망자 열 명, 이승을 떠나는 자들의 마지막 걸음을 달빛이 하얀 얼굴로 배웅했다.

글 : 안연화지

기사제공 : 능인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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