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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함도 없고 설해진 바도 없다
기사입력 2021-07-15 오후 4:20:00 | 최종수정 2021-07-15 16:20

제20 이색이상분(離色離相分)

형상을 떠난 자리

우리가 살아가며 부딪치게 되는 모든 비극은 껍데기에 쏠려 그것이 전부인 줄 아는 어리석음 때문에 생기는 것입니다. 형체를 떠나고 상을 떠나 스스로 갖추어진 영원한 생명인 부처를 볼 수 있어야 합니다.

부처님은 어떤 형상으로 계시는 분이 아닙니다. 간절히 기도하고 정진하면 내 마음에 자리하고 있는 부처님의 자재로운 위신력이 모든 것을 다 이루어 주십니다.

이 원리를 아는 사람은 자신의 마음을 맑히고자 정성을 다합니다.

부처님께서 삼십이상 팔십종호의 거룩한 모습을 하고 계시더라도 그것은 다만 중생을 깨우치기 위한 방편의 모습일 뿐임을 알아야 합니다. 그 모든 형상은 인연따라 잠시 한 덩어리를 이룬 것에 불과하므로 단지 이름하여 구족하다고 말할 뿐입니다.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허망한 것임을 깨우쳤을 때 비로소 진정한 여래를 볼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제21 비설소설분(非說所說分)

말을 떠난 세계

부처님께서는 팔만사천 무수한 법을 말씀하시고도 한 말씀도 하신 바가 없다고 부정하십니다. 실상의 자리에서 보면 부처님의 몸은 인연이 잠시 모여 이루어진 것으로 중생을 제도하기 위해 잠시 방편으로 나투신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영원하지 않은 육신을 빌어 실체가 아닌 공한 자리에서 법을 설하시므로 비설소설(非說所說)이라 하는 것입니다. 비설소설은 설함도 없고 설해진 바도 없다는 내용입니다.

부처님은 법을 설하면서도 이것이 법이라고 고정불변한 것을 말하지 않으셨습니다. 진리의 법이라 하더라도 이것만이 법이라고 집착하면 다른 것은 법이 아니라는 상을 내는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설하신 모든 법문은 중생들을 깨달음에 이르도록 하기 위한 일시적인 방편일 뿐이므로 아무리 많은 말씀을 하셨더라도 설한 바가 없다고 하시는 것입니다.

 

수보리 여물위 여래작시념 아당유소설법 막작시념(須菩提 汝勿謂 如來作是念 我當有所說法 莫作是念)

하이고 약인 언여래 유소설법 즉위방불 불능해아소설고(何以故 若人 言如來 有所說法 卽爲謗佛 不能解我所說故)

수보리 설법자 무법가설 시명설법(須菩提 說法者 無法可說 是名說法)

 

“수보리야, 여래가 ‘내가 설한 바 법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너는 말하지 말라. 왜냐하면 만약 어떤 사람이 여래가 설한 바 법이 있다고 말한다면 이는 곧 부처님을 비방하는 것이니, 나의 말한 바 뜻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니라. 수보리야, 법을 말한다는 것은 고정된 법이 없는 것을 가히 설함을 이름하여 설법이라 하느니라.”

 

 

설한 바가 없다

 

만약에 어떤 사람이 여래가 어떤 고정불변한 법이 있다고 말씀하셨다고 얘기한다면 이것은 여래를 비방하는 것이 됩니다. 부처님은 고정된 법이 있다거나 이 법만이 옳다고 말씀하지 않으셨습니다. 이 길이 아니면 다른 길은 없다고 주장하지 않으셨고, 내 종교를 지키기 위해 다른 종교와 싸우지도 않으셨습니다.

설법은 모두 방편에 불과합니다. 부처님은 다종다양한 이야기를 중생의 근기에 따라 그때마다 다르게 설하셨습니다. 이를 종종방편지문(種種方便之門)이라 합니다. 부처님께서는 “내 말은 병든 사람에게 약을 처방하는 것과 같다. 병든 사람이 없다면 약도 필요없듯이 번뇌가 없다면 설법도 없다.”고 하셨습니다.

부처님은 천변만화하는 마음의 세계를 꿰뚫어 처방을 내리시는 방편이 자재한 분이셨습니다. 중생의 번뇌가 끝이 없기 때문에 부처님께서는 수많은 법문을 설하신 것입니다. 수많은 법문을 설하시고도 설한 바가 없다고 하신 것은 중생이 그 법문에 집착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부처님 말씀에 집착한다면 그것 또한 상입니다. 말은 실체가 없는 공한 것이므로 말에 속박되어서도 말에 빠져서도 안 되는 것입니다. 말을 통하지 않고서는 깨달음의 세계를 전달할 수 없기 때문에 부처님께서 말로 설하신 것일 뿐입니다.

말이란 우리의 마음을 정확하게 전달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해서 쉽게 오해를 살 소지가 많습니다. 말에 얽매이다 보면 전달하려는 내용을 놓치기 쉽습니다. 손으로 달을 가리킬 때 달을 보지 못하고 손가락만 보는 것과 같습니다. 부처님은 설하신 모든 가르침에 대해 한 번도 설한 바가 없다고 하시며 단지 그 이름이 설법이라 하신 것입니다.

부처님은 모든 고식적인 사고 관념을 버린 자유자재한 분이셨습니다. 걸림이 없는 정신세계에서 탄력있는 아이디어가 나오는 법입니다. 고식적인 아이디어로는 탁월한 작품이 나오지 않습니다. 부처님 말씀을 한 마디 공부하면 공부한 만큼 탄력적인 아이디어를 갖게 되는 것입니다. 우리가 기도하거나 참선하는 것은 의식세계의 코드를 자꾸만 열어가는 작업입니다.

절을 한 번 하면 한 번 한 만큼, 염불 한 마디하면 한 마디 한 만큼 마음의 장벽이 허물어져 내릴 것입니다. 무진장한 세계는 마음 가운데 있으므로 끊임없이 기도하고 정진하며 나아가다 보면 의식세계가 확장되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다른 사람이 가질 수 없는 레이더를 갖게 되어 무진장한 부처의 세계가 열려오는 것입니다.

정리 : 구보인덕

기사제공 : 능인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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