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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다잉과 불교- 소중한 가족을 떠나보낼 때
기사입력 2021-05-12 오후 4:51:00 | 최종수정 2021-05-12 16:51

부처님께서 브라만 자누소니에게 말씀하셨다.

“네 부류의 죽음을 두려워하는 사람들과 네 부류의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죽음을 두려워하는 네 부류의 사람들은 자기 자식과 재산에 집착하는 사람, 자기 자신에게 집착하는 사람, 선한 공덕을 쌓지 못한 사람, 12연기를 이해하지 못한 사람이다.

영원하지 않고 주체가 없다는 의식이 준비되어 있고, 자신의 오온을 진정한 무상(無常)·고(苦)·무아(無我)로 본 사람과 수행정진을 하며 알아차림 속에서 일어나고 사라지는 현상을 제대로 지켜보는 사람들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17년 전 호스피스센터 임종실에서 마주한 거사님은 지금도 병원에서 의식 없는 환자를 만날 때마다 나에게 화두를 던져주는 분이시다. ‘어떠한 죽음준비가 의식이 없는 이 분과 가족에게 가장 도움이 될 수 있을까’ 노량진학원에서 일타강사이셨던 거사님은 갑작스럽게 간암판정을 받고 손쓸틈없이 퍼진 암으로 인해 급속도로 악화되어 6개월도 안되어 호스피스센터에 입소하였다.

내가 마주했을때는 이미 두 번이나 임종증상을 넘기시고 버티고 계신 상태였다. 임종실에 누워계신 거사님은 핏기라고는 전혀 없는 까맣게 변해가는 피부와 뼈에 가죽만이 달라붙은 마른 나무장작같은 느낌이었다. 매일 새벽 첫 소변통을 비워드리는 것으로 거사님과의 만남이 시작되었다.

그날도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아침인사를 하며 방문하였다. “안녕히 주무셨어요~!” 그러자 “아니”라고 말하는 거사님. ‘내가 잘못들은거겠지’ 소변통을 향하던 내 눈길은 침대 위 거사님 얼굴로 향했다. 늘 그랬던 것처럼 미동하나 없다. “왜... 잘... 못주무셨어요?”

그러자 “아파서”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빨리 간호사와 거사님 어머니에게 알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거사님이 놀라실까봐 아무렇지도 않은 듯 소변통을 비우기 시작했다.

“아~그러셨구나, 아프셔서 잠을 못 주무셨구나... 소변통 비워드릴께요, 오늘도 소변을 잘 보셨네요 ... 불편하시겠지만 그래도 시원하게 소변보세요. 제가 또 비워드리러 올께요.” 늘 그랬듯 혼자 하던 말을 웃으며 아무렇지 않게 했지만 가슴은 두근두근 머릿속이 하얗게 변했다.

문을 나서자마자 황급하게 뛰어 간호사와 거사님의 어머니에게 사실을 전달했다. 하지만 어머님이 도착하셨을 땐 의식이 없으셔서 대화를 하지 못하셨다고 한다. 거사님은 의식을 잃기 직전까지 딸을 마지막으로 너무 보고싶어 하셨다고 한다. 이혼 후 외국에 살면서도 방학 때마다 한국에 와서 아빠카드를 실컷 쓰고 돌아갔던 딸이 죽음의 문턱에서 간절히 보고 싶어 한다는 말을 전하자 올 수 없다고 하였다. 하루 종일 거사님의 목소리가 귓가를 떠나지 않았다. 갑작스럽게 자식을 떠나보내야 하는 어머니의 애타는 마음과 죽음의 문턱에서 고통을 참아가며 마지막 순간에도 간절하게 보고 싶은 자식을 기다리는 아버지. 두 모자를 바라보며 가족을 떠나가는 자와, 떠나보내야 하는 남은 가족에게 필요한 죽음준비는 무엇일까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다.

그날 밤 임종을 맞으신 거사님을 향탕물로 씻겨드렸고, 임종기도를 드렸다. 불과 몇 개월전만해도 죽음에 대해 상상도 하지 못했던 소위 잘나가던 일타강사셨던 건장한 거사님에게 죽음이란 무엇이었을까? 부처님 말씀대로 죽음 앞에서 두렵지않으려면 자기 자식과 재산, 자기 자신에게 집착해서는 안 된다. 그 집착으로 인해 괴로워지고, 괴로움으로 인해 두려움이 생기기 때문이다. 결국 집착으로 인해 죽음의 두려움이 생긴다.

부처님께서도 태어나자마자 어머님의 죽음을 겪으셨다. 부처님 오신 날의 의미를 되새기며, 사랑하는 가족의 죽음 앞에서도 두렵지 않고 편안해지기 위해 우리가족은 무엇을 준비해야할지 대화를 나눠보고 사유해보는 가정의 달이 되시길...

몸과 마음이 치유되는 행복도량 함양 문수사 주지 하륜

기사제공 : 능인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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