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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자의 자긍심을 높여주는 천년고찰 전등사
기사입력 2021-02-15 오후 12:08:00 | 최종수정 2021-11-12 오후 12:08:57

이곳은 부처님의 원력으로 나라를 지키기 위해 16년간 팔만대장경을 판각한 곳이다.

새해 1월 26일, 우리 민족의 역사와 함께해온 강화도 전등사를 찾았다. 며칠 혹한과 폭설에 마냥 옴츠렸던 마음이 보슬비에 조금씩 풀린다. 안개로 덮힌 바다이지만 앞에 바다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마냥 좋다.

인천광역시 강화군 길상면에 있는 천년고찰 전등사에 들어서려면 성문을 지나야 한다. 단군의 세 아들이 쌓아서 이름 지어진(고려사에 기록) 삼랑성이 전등사를 에워싸고 있다. 산 능선을 따라 울퉁불퉁한 돌로 쌓은 성은 자연과 어우러져 아름답다,

동서남북 각 방향에 성문이 있는데 나는 남문으로 들어갔다. 길 양쪽으로 큰나무들이 반긴다. 절은 불자이든 아니든 들어서면 마음이 푸근해지는 어떤 힘이 있는 것 같다. 수령이 700년 된 은행나무도 보인다. 오랜 세월 그곳에서 얼마나 많은 일을 지켜보았을까 생각하니 잎 떨어진 나무지만 한참을 올려다보게 된다.

강화도 전등사는 불교가 전래 된 시기인 서기 381년 (고구려 소수림왕 11년) 아도화상이 창건한 절로 ‘전등’이란 ‘불법의 등불을 전한다’라는 뜻이라고 한다. 이곳은 고려시대 부처님의 힘으로 몽고의 침략을 물리치기 위해 16년 동안 팔만대장경(국보 제32호)을 판각하였다.

또한, 프랑스가 병인양요(1866년)를 일으켰을 때 스님들이 조선왕조실록(국보 제151호, 유네스코 세계기록문화유산 등재)을 비롯한 서책들을 토굴로 옮겨 지켜낸 역사적인 현장이기도 하다. 불자로서 더없이 자랑스러운 곳이다.

비가 그치고 파란 하늘이 보인다. 시간여행을 떠난 듯 성문으로 들어와 말없이 걷다 보면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대웅보전을 만난다.

여느 때 같으면 대웅전 앞은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문화 해설사들의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교육현장인데 코로나 여파로 참 한적하다. 예불을 올리고 올려다보니 부처님의 은근한 미소에 가슴이 따뜻해진다. 석가여래불을 중심으로 좌우에 약사여래불과 아미타여래불이 모셔져 있다. 이 목조석가여래좌상(보물 제1785호)은 조선 인조 원년에 제작되었다. 대웅전의 천장은 용, 극락조, 연꽃 등으로 장식되어 있다. 수미단(부처님을 모신 단)에 새겨진 문양들은 익살스러운 표정이 그대로 살아 있어 보고 있으면 참 즐겁다.

 

스님은 나부상을 왜 허락했을까?

오랜 세월에 색이 바래 눈여겨보아야 보이는 대웅보전의 지붕을 떠받치고 있는 나부상이다. 전설에 의하면 대웅보전 건립에 참여한 도편수가 불사하던 중 마을의 주모와 깊은 사랑에 빠졌다고 한다.

불사를 마치면 혼인할 생각으로 모아둔 돈을 모두 맡겼는데 주모는 그 돈을 들고 자취를 감추어버렸다. 사라진 여인 생각에 도편수는 힘겨워하다가 마음을 다잡고 공사를 마무리했는데~ 대웅전의 처마 네 곳에 벌거벗은 여인상이 만들어졌다. 세 곳은 두 손을 위로 모두 떠받치고 있지만 한 곳은 한 손만 올리고 있어 안쓰럽게 여기는 도편수의 여인에 대한 사랑과 재치가 전해진다. 가슴을 움켜쥐며 만들었을 도편수의 마음은 알겠는데 스님들은 어떤 마음으로 이 조각상을 허락했을까?

배신하고 도망간 여인이 부처님의 말씀을 들으며 참회하고 세상을 올바르게 살아가라는 불교적 사랑과 염원이 담겨있다고 한다. 나는 이곳에 오면 나부상을 찾아 안부를 묻는다. 보통의 사찰에 없는 특별함을 찾는 재미다. ‘사람 사는 세상은 예나 지금이나 다를 바 없어. 힘들겠다!’ 중얼거리며 나의 삶을 한번 돌아본다.

동문 쪽으로 걷다 보니 정말 멋진 큰 소나무들을 만났다. 이 겨울에 푸른 소나무의 모습을 보는 것이 참 감사하다. 가까이서 보니 많은 나무가 아랫부분에 시멘트를 발라 놓았다. 오래된 나무라서 그런가 보다 했는데 일본이 태평양 전쟁 당시 무기의 대체연료로 송진을 채취해 아물지 않은 상처로 남아있다는 안내문이 있다. 그 큰 상처를 견디고 아직도 이렇게 푸르름으로 많은 사람을 위로하다니! 참 고맙다.

새해란 말은 참 신선하다. 한 해의 기대와 희망이 있기 때문이다. 수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1600년을 지키고 버티어 온 전등사를 보며 부처님께서는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우리와 늘 함께 해주신다는 믿음으로 마음이 든든해진다.

사진 / 글 : 임명의광

 

 

① 대웅보전 (보물 제178호)

 

② 나부상

 

③ 삼랑성 남문

 

④ 정족산 사고지(조선왕조실록을 보관하던 사고)

 

⑤ 목조석가여래좌상(보물 제1785호)

 

⑥ 수미단 문양

 

⑦ 청동수조(물을 채워 불이 날 경우 사용한 그릇)

 

⑧ 대조루(경내로 들어서는 입구에 세운 누각)

 

⑨ 소나무 전경

기사제공 : 능인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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