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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하는 불사, 더 커지는 공덕
기사입력 2020-05-13 오후 3:18:00 | 최종수정 2020-05-13 15:18

이웃 나라 친구 집에서 석가모니 부처님을 친견한 급고독장자는 고국에 부처님과 스님들이 머물 절을 짓기 위해 서둘러 귀국길에 오릅니다. 부처님 일대기를 아주 자세하게 다루고 있는 대불전경에는 급고독장자의 귀국길 행적을 이렇게 소개합니다.

부처님과 승단에 보시를 마친 아나타핀디카는 자신이 갖고 있던 물건들을 서둘러 처리하고 사왓티로 돌아갔다. 집으로 가는 길에 그는 마을 곳곳에 사는 주민들에게 요청했다. ‘정원을 가꾸고 쉬면서 머물 수 있는 장소를 지으시오. 승원을 세우고 보시를 위한 필수품을 저장해두시오. 부처님이 이 세상에서 활짝 피어나셨소. 나의 초청을 허락하신 부처님께서 이 길을 따라 이곳에 이르실 것이오.’”

급고독장자의 귀국길은 권선의 여정이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이때는 부처님이 성불하신 지 그리 오래되지 않은 때라서 부처님과 승가가 머물 승원은 거의 없었습니다. 워낙 사람들의 신망을 얻고 있는 사업가 급고독장자가 권선하지 않았다면 인도 땅에서 불교는 더 늦게 꽃을 피웠을 것입니다. 사람들은 장자가 권하는 대로 길을 깔끔하게 단장하고 공원을 가꾸었고 수행자에게 베풀 보시물들을 갖추었습니다. 심지어는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은 사람들은 급고독장자에게 돈을 받아서 부처님과 스님들을 맞을 채비를 갖추었다고 대불전경에서는 말합니다.

라자가하와 사왓티 사이는 45요자나 거리이다. 아나타핀디카(급고독장자)는 그 길의 1요자나마다 쉴 수 있는 건물을 올리고, 정원을 꾸미고 보시에 필요한 것을 준비하느라 돈과 통나무 같은 물건을 대주기도 하면서 모두 10만금을 썼다.”(대불전경』Ⅴ, 298)

1요자나는 대략 12~15에 해당합니다. 그렇다면 45요자나 거리는 540~675정도 됩니다. 얼추 600로 잡아볼 때 그 먼 길의 중간마다 부처님과 스님들이 쉬고 잠자고 또 탁발할 곳을 45곳 마련했다는 말이 됩니다. 이런 정도의 불사라면 재력 있는 사람의 힘이 절대적으로 필요할 테지요. 아마 급고독장자의 재력이라면 충분했을 것이지만, 뜻밖에도 그는 함께 공덕을 쌓자는 입장을 취합니다.

자신의 재력으로 보란 듯이 멋진 승원(기원정사)을 짓는 것에 앞서 누구나 부처님과 승가에 공덕을 짓도록 권한 것이지요. 가는 도중에 만난 사람 중에는 돈 있는 이도 있었습니다. 그들은 기꺼이 자신의 재물을 내어서 동참했습니다. 그런데 돈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급고독장자가 자기 돈을 줘서라도 불사를 하도록 했습니다. 이 부분에서 어쩌면 그게 무슨 공덕인가? 남의 돈으로 한 일인데.’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불교에는 함께 기뻐한다는 뜻의 수희(隨喜)라는 말이 있습니다. 다른 이가 착한 일을 하고 바른 행동을 하며 승가에 기꺼이 보시하는 모습을 보며 기뻐하는 것입니다. 자신은 그런 일을 하지 않지만 다른 이의 선업과 공덕행을 보며 더불어 기뻐하는 일도 공덕을 쌓는 일이라는 것이 불교의 입장입니다. 수희와 관련해서는 대지도론(28)이 아주 자세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그 내용을 조금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함께 기뻐하다는 뜻의 수희는 어떤 사람이 공덕을 지으면 그 모습을 보는 자의 마음이 덩달아 기뻐서 잘 한다라고 찬탄하는 일입니다. 덧없는 세계에 살면서 어리석음에 덮여 있지만, 능히 마음을 크게 내어 복덕을 짓는 것입니다.

다른 사람의 불사에 기뻐하며 잘 한다고 찬탄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커진다(大心)는 말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아까워서 흔쾌히 제 것을 내놓지 못하거나, 가진 것이 별로 없는 바람에 복 짓는 일을 할 수 없다며 자괴감에 빠져 있던 사람들의 마음이 활짝 열리고 커지는 것이지요.

함께 기뻐하는 행위에 담긴 뜻은 향 가게의 비유에서 더 분명해집니다. 향 가게에서 주인과 손님이 향을 매매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가게에 잠깐 들른 한 사람이 거래를 곁에서 지켜본다고 합시다. 그는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향냄새를 맡고, 그 몸과 옷에 향냄새가 깊게 밸 것입니다. 그렇다고 실제 거래에 무슨 손해를 끼치는 것도 아니요 향냄새가 줄어드는 것도 아닙니다.

누군가의 공덕에 함께 기뻐하는 일이 바로 이와 같다는 것이지요. 급고독장자는 고국으로 돌아가는 길에서 만나는 사람들에게 부처님과 승가를 위해 불사를 하도록 권했습니다. 많은 이들의 이런 장자의 권선에 동의하고 흔쾌히 그러겠노라 마음을 내었는데, 이것이 바로 수희행입니다. 행여 자기 돈이 아닌, 장자의 돈으로 불사를 하더라도 그럴 마음을 기꺼이 냈다는 것을 불교에서는 이처럼 아주 중요하게 여깁니다.

부처님은 훗날 바로 급고독장자가 지나간 길을 따라 오십니다. 그러면서 장자의 권선으로 지은 승원에 머물고, 장자의 권선으로 조성한 숲에서 쉬거나 참선을 하셨고, 마을을 다니며 무난히 탁발을 하셨지요.

세존께서 내딛는 걸음걸음을 헤아리고 배려한 장자의 마음씀씀이가 참 아름답습니다. 급고독장자는 내 돈이라는 생각을 했을까요? 아닐 것입니다. 설령 내 돈이라 생각했더라도 그 재물은 메마른 세상을 촉촉하게 적실 부처님의 전법을 돕기 위해 쓰여야 할 것이라는 믿음이 강했습니다. 더 큰 선()을 위한 권선과 쾌척(快擲)과 수희동참-불사에 임하는 마음가짐이 아닐까요.(계속)

: 이미령(불교강사, 경전이야기꾼)

기사제공 : 능인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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